커뮤니티비프 18-21 SEPTEMBER 2025

1. 그 순간만이 완성할 수 있었던 영화

저는 제가 제작한 작품을 다시 보거나 곱씹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만, <바닷마을 다이어리>만큼은 예외적으로 가끔 다시 보고 싶어지곤 합니다. 아마도 영화 속 인물들이 너무도 사랑스럽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모든 인물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다시 떠올리게 되는 특별한 작품이죠.

저에게 이 영화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오직 그 시기에만 찍을 수 있었고, 그 순간에만 완성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라는 것은 늘 불가사의한 존재니까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

저는 ‘먹는다는 것’이 누군가의 기억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에서도 카레, 잔멸치 토스트 같은 음식들이 그런 의미로 등장하죠. 특히 매실주는 할머니에서 어머니, 그리고 장녀로 이어지는 존재입니다. 먹고 마신다는 행위는 삶의 기억과 전승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라고 봤습니다.

그 집에서는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떠나며, 또 새로운 이들이 들어와 세대가 바뀌겠지만, 매실나무는 그 자리에서 계속 시간을 이어갑니다. 저는 그 나무가 시간의 상징, 그리고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존재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길 바랐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4. 있어도 되는 집, 그리고 돌아올 수 있는 장소가 주는 위로

인물들이 ‘아, 나는 여기에 있어도 되는구나’라는 감각을 느끼는 순간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원작에서는 자신이 있어도 되는 곳을 확보한 후, 다시 지역 축구팀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마을을 나서죠. 중요한 건, 돌아올 수 있는 장소가 있기에 안심하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 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그것이 큰 힘이 되거든요. 영화에서는 혈연으로 맺어진 언니들이 사는 공간이었으나, 실제로는 꼭 가족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돌아올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곳과 연결된 기억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